철학수필 [ "깨어난 자유"- 보헤미안블루스 저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흔한 사랑이지만 무거운
사랑은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를 위해 ‘기꺼이’ 제한하는 것이다. 내 것을 포기하면서 까지도 기꺼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말그대로 이건 진정한 사랑 없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기가 대부분 이였으니까. 그러나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그야말로 목숨을 바칠 정도로 강렬하고 자연스럽게 될 가능성이 많지만, 일반 연애에서는 이와 같은 희생의 표현이 바로 나타나기엔 쉽지 않다.
연애의 시작은 종종 ‘무소음 욕망 전투’로부터 시작된다.
이 욕망 전투는 서로가 상대에게서 원하는 것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느냐, 혹은 누가 상대의 욕망을 더 많이 만족시킬 수 있느냐 에 따라 관계의 역학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상대로부터 내가 욕구하는 것이 충족될 때 나는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반면, 나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속적인 관계를 위해 상대방의 욕구를 존중해주고 기꺼이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내 욕구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사람의 욕구를 기꺼이 들어주는 것은 사랑의 중요한 표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하기 어렵다. 연애에서는 콩깍지라 표현한다. 또 부모자식 관계에서는 자식이 성인이 되면 기꺼이 욕구를 다 들어주기 어려워진다.
나의 욕구를 무한정 포기하고 상대를 위해 계속해서 그와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다. 결국, “왜 내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가? 넌 왜 내 욕구를 들어주지 않는가? 내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일방적인 욕구 충족의 불균형은 관계에 균열이 점점 생기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한쪽의 욕구불만이 넘쳐나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욕망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귀 기울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사랑을 하면서 내가 어떤 욕구에 목마른 사람이고, 내가 어떤 욕구는 포기할 수 있고, 어떤 욕구는 필요하지 않는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고는 참 치졸하다고 생각된다. 왜냐면 그 욕구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욕망이 소중한 것처럼, 서로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의 욕망도 소중하다. 내 욕망만 거룩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욕망도 거룩한 줄 알아야한다. 비록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라도, 사랑한다면.
그것이 자주 못마땅하거나, 나의 크리티컬 한 가치관과 대립된다면, 대화로 협의해보고 계속 남거나, 떠나야 한다. 우리는 상대의 거룩한 욕망을 거부할 권리도 역시 가지고 있다. 그 만큼이 사랑의 크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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